-뭐야, 이거? 왜 안 열려.


철컥, 철컥. 금속의 쇠붙이가 저희들끼리 부딪는 소리를 내며 잠겼다는 것을 여실히 알렸다. 거대한 화장실 철문 너머의 누군가도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당연하게도 그 누군가는 성규와 우현이 그렇고 그런 짓을 하던 중이란 사실과, 그 어느 때보다 흥분에 벅차 씹스럽고 야릇했던 두 사람의 분위기를 개박살 냈다는 사실 역시 꿈에도 상상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쇳덩이가 막히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계속 문에 매달리는 꼴을 보니, 성규가 입버릇처럼 뱉는 엇나간 선입견-몸 쓰는 새끼들은 하나같이 무식이라는-은 새로운 근거를 보탰다. 뭐, 남우현이 들었다면 입술을 삐쭉 내밀고 꼭 이런 한 마디를 보탰을 것이다.


-지도 운동하는 새끼면서....




선수촌 러버즈 2





침대 밖의 섹스는 언제나 짜릿함을 동반한다, 그게 김성규의 오랜 섹스관이었다. 사소하게는 다이닝 룸의 책상 위, 제대로 닫히기 전인 숙소 현관문 앞, 성인 남성 둘이 들어가기에는 좀 벅차 보이는 화장실의 욕조 안. 또 성급하게는 늦은 새벽의 발코니 앞, 전지 훈련에서 이용했던 렌터카의 조수석, 꽤 낡아 더는 사용하지 않는 별관의 탈의실. 푹신한 시트가 주는 편안함보다는 당장, 언제, 누구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스릴을 즐기는 성규는 이렇게 종종 우현을 곤란하게 했다. 물론, 성규는 우현의 곤혹감마저 흥분의 다른 형태라 굳게 믿고 있었지만.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정말 들키길 바란 건 아니었다고. 하늘의 장난인지 뭔지. 좆같이 흘러가는 상황 덕에 반질반질한 우현의 허벅지 사이에 삽입 직전이던 성규는 여러모로-아까는 꼴려서, 지금은 쫄려서-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씨발. 입에선 저도 모르게 날카로운 욕지기가 뱉어진다. 빼도 박도 못 하겠다는 게 이런 걸까. 성규가 처한 상황은 정말 단어 그대로였다. 밖의 아우성을 무시하고 토실토실한 우현의 허벅지에 마저 박을 수도, 이 흥분을 두고 여기서 물러나 뺄 수도, 없었다. 상상 이상으로 곤란하다 싶은 와중, 파드득 몸을 돌린 우현이 성규의 옷자락을 잡고 달달 떤다. 아, 맞다. 우리 우현이. 성규는 더 세게 당기는 뒷골에 눈을 찌푸렸다. 


-혀, 형... 어떡해? 어떡해, 씨발.... 문, 문 열지 말자.

-우현아, 일단....

-사람 없는 척, 그냥 이대로... 그냥 있자. 나 지금 안 돼, 형... 응? 우리 진짜 들키면... 나 진짜 안 돼.

-알아, 현아. 형도 아니까 좀, 진정해 봐. 지금 네 상태로는 안 되는 거 아는데... 내내 이러고 있어? 너 곧 연습이라며. 여기서 나가긴 해야 돼, 우리.

-진정은 씨발, 무슨놈의 진정이야. 아, 제발.... 제발, 안 열면 안 돼요? 형, 나 진짜, 진짜 지금은 아냐. 진짜 싫어. 안 돼.



성규의 옷자락을 쥔 우현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온 몸의 피가 쿵쿵 돌아 남우현의 맥박이 이렇게 뛰는 중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것이 잔뜩 긴장한 우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뮤트된 아우성일 걸 알기에, 성규는 좀 더 이성적인 방향으로 머리를 굴리기로 했다.


-우현아, 형 말 들어 봐. 쟤들이 저러다 문 따고 들어오면. 그러면? 그때 우리 둘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어. 어라, 있는데 왜 안 열었지? 둘이서 문 잠그고 왜? 너 얼굴 꼬라지는 그 모양에, 그때 수습은 또 어떡할까.

-그럼 여기서 어떻게 밖으로 나가, 미친놈아! 여기서 뭘 어떻게 해, 어? 이 개새끼야, 내가 안 된댔지. 하지 말랬지. 씨발, 진짜....



문제 수용의 4단계 중 첫 번째, 분노.

다른 각도로 흥분해 버린 우현의 목소리 톤이 점점 높아지려는 찰나, 쿵쿵- 문 밖에서의 사정도 순탄하진 않아 보였다. 앞, 뒤, 양, 옆으로 지랄해대는 통에 슬슬 열이 오르는 성규지만 평소 본인 성질머리대로 씨발들아, 화장실이 여기 하나밖에 없냐! 하며 지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애초에 좀 더 인적이 드문 곳을 고르긴 했어야 했다고, 성규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렇다고 이 일이 온전히 성규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대체 어디서 뭘 보고 온 건지, 내내 실실거리던 남우현은 성규라는 도화선에 그 존재 자체가 불씨였으니까. 한가롭게 스무디를 빨던 우현이 갑자기 성규의 귀에 얼굴을 붙이고서는 잔뜩 젖은 목소리로 형, 저 아래가 막... 간지러워요. 뭐가 있는 것 같아.... 형이 어떻게 좀 해 줘요. 따위의 말로 자신을 놀리지만 않았다면. 남우현이 그러지만 않았다면 성규도 이렇게 성급하게 굴진 않았을 거라는 말이다. 늘 그렇듯 지금은 둘 모두에게 후회하는 것조차 후회가 될 정도로 늦은 시간이지만.



결자해지(結者解之)라, 이렇게 된 이상 성규는 상황을 수습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기로 했다. 저 좋자고 시작한 섹스로 앞날 창창한 금메달 유망주의 미래를 말아먹을 순 없었다. 일단, 여기서 버티기에는 리스크가 매우 컸다. 곰곰이 머릴 굴리는 성규 옆엔 이 상황을 더는 걷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 건지 이젠 씨발거리며 울먹이는 우현이 있다. 아까 제 흥분에 겨워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것들이 성규의 눈에 하나 둘 박히기 시작했다. 이 습한 공기 속에서 가라앉은 남우현의 젖은 머리칼, 한껏 달뜬 얼굴, 벌게진 몸 구석구석, 프리컴은 또 언제 뱉었는지 축축해진 배 언저리와, 짙은 쾌락과 덩달아 겹친 두려움에 떨리는 몸. 떨어질 듯 말 듯, 촉촉한 눈가의 물기까지. 성규가 간과한 사실 하나가 있다면 우현은 성규보다 늘 먼저 발정했고, 그만큼 흥분에 약한 타입이었다. 달달 떠는 엉덩이 사이로 드나들기를 수십 번, 성규는 이제서야 남우현을 알 것도 같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우현의 몸이겠지만. 지금 저건 누가 봐도 떡친 애새끼 얼굴인데, 물론 아직 친 건 아니지만.... 정도가 없이 야할 거면 귀엽지나 말든가.... 한탄 비슷한 생각들을 한쪽 구석으로 곱게 치운 성규는 훌쩍이는 우현의 옷을 대충 갈무리했다.


-국대야, 형이 알아서 할게.

-뭘, 형이 뭘 알아서 해. 이제 나 좆됐어. 끝났어.

-징징 그만, 뚝.

-이제 기사 존나 나겠지? 나 저번 인터뷰에서 디패랑 싸웠는데.... 막, 유도계의 큰 별이 지다, 사실은 남우현이 게이였다! 이런 거 나겠지.

-현아, 씨발. 뚝. 형이 알아서 한다고. 거기 문 잠그고 가만히 자빠져 있어. 숨소리도 내지 마.



문제 수용의 4단계 중 두 번째, 절망.

성규에게 질질 끌려 화장실 칸에 반강제로 갇히는 중에도 헛소리-본인에게는 실현 가능성이 상당했다-를 중얼거리던 우현이 금세 조용해졌다. 새끼, 너 진짜 무섭구나. 유일하게 잠긴 화장실 칸을 돌아보며 고비를 하나 넘겼다고 생각한 성규는 내심 안도했다. 남우현이 문제 수용의 세 번째 단계인 실성을 지나, 네 번째 단계인 합리화에 닿으면 아무리 성규라도 그를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 여기서 TMI 하나, 성규는 가끔 우현이 감당 안 됐다. 유도 하는 새끼라 팔팔한 건 둘째라고 쳐도, 김성규에게 남우현이란 어느 날 갑자기 빡돌아 커밍아웃을 할 거라며 설치고 다닌대도 이상할 게 없는 별종이었으니.



자, 이제 정말 큰 고비를 넘겨 볼까. 다시 현실로 돌아와 있는 허세, 없는 허세, 허세란 허세는 다 그러모아 애써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문으로 향하는 성규였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라는 걸까. 어째 영 크기를 키운 문에 압도당한 성규였다. 문 앞의 웅얼거림은 이제 좀 더 또렷히 울려 정확한 단어로 박혔고, 어딘가 꽤 익숙한 목소리인 것도 같았다. 쿵쾅쿵쾅, 올림픽에 출전해 현을 잡고 화살을 당길 때보다, 지금 화장실 손잡이에 손을 얹는 일이 더 떨린다고 말한다면 그 누가 믿을까. 심호흡 한 번, 침 크게 꿀꺽.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 철커덕, 성규는 잠긴 문 손잡이를 돌렸다.



-아니, 부수지 말고. 이거 행정실 가서 보조 키를 받아야 하는... 어? 헐, 열렸다. 어, 성규... 형?


성규는 발 하나 겨우 끼워 넣을 정도의 너비로 문을 열었다. 작은 눈을 깜빡이며 마주한 바깥의 풍경은 상상 이상으로 난장판이었다. 대충 세어도 대여섯은 되는 숫자가 우글우글, 화장실 문 앞을 막고 있었다. 성규? 양궁 성규 선배? 자신의 이름이 나오니 웅성거림은 배가 됐다. 연습을 마친 직후인 건지, 남우현에게서 풍기는 것과 다르게 불쾌한 땀내가 금세 성규를 감싸고 돌았다. 문이 열리니 밀치고 들어오려는 사내놈들을 제지하는 맨 앞의 익숙한 얼굴이 말을 걸었다. 사격 국가대표, 김명수.




과녁을 향해 쏘고, 맞히는 입장이라 유대감이 깊은 걸까. 태릉 내의 사격 선수들은 양궁 선수들과 꽤 우호적으로 지내는 관계였고, 특히 명수는 성규를 유독 잘 따랐다. 아직 메달 없이 실력을 닦는 중이라 그랬다던가. 순수한 존경에서 묻어나는 바름이 짙은 아이라고, 성규는 명수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 그래... 명수구나.

-형, 이거 문 왜 이래요. 고장이라도 났대요?

-어? 어어. 고장이지, 그럼.... 이게 자꾸 돌기만 하고 문이 안 열려서 당황했어, 형이.

-아, 어쩐지.... 저희도요. 아니, A관 수도가 터져서 지금 물이 다 안 나온대요. 난리도 아녜요. 저희 화장실 찾다가 여기까지 왔잖아요.

-그래, 그랬구나.

-네, 형. 그랬죠. 그러니까 이제 좀, 비켜 주시면....



애써 사람 좋은 웃음을 띄우고 있던 성규는 문을 열기 위해 다가오는 명수에게 곤란하다는 듯 손바닥을 내밀었다. 더 들어오지 말라는 뜻이었다. 불안한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아닌 척 무던히 노력했다. 진전 없는 교통 체증에 뒤가 한번 더 시끄러워진다. 웅성웅성, 소음 사이에서 물음표를 달고 있는 말간 명수의 시선에 성규는 그저 하하, 옅은 웃음을 흘렸다. 그 가벼운 웃음 옆으로는 무거운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지금 들어오면 좆된다. 재차 상기된 그 사실 하나는 성규에게, 또 우현에게 확실했다. 다른 핑계를 대야 했다. 여기서 문을 더 열 수는 없었다. 성규의 아래는 여전히 팔팔하게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야만 했다. '명수야, 이게 뭔지 알겠어? 남우현이 세운 좆이란다, 하하.'  멀어지는 이성과 좆같은 상상의 끝에서, 이 모든 것을 들키느니 차라리 선수 생활을 그만두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성규였다. 반강제로 그만둬야 할 것이 더 정확한 사실이겠지만. 아니... 그 남우현을 두고 안 서는 게 고자 새끼 아니겠냐고, 주어 없는 원망이 울컥 차올랐다. 왜인지 모를 억울함을 삼키며 성규는 마지막 희망으로 명수를 불렀다. 문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명수야.

-네, 형.

-형이 지금... 좀, 속이 안 좋아.

-어, 진짜요? 괜찮아요?

-아니, 안 괜찮아. 뭘 잘못 먹은 것 같아. 그... 배에서 태풍이 치는 그런 기분인데.... 너 지금 뒤에 다 날 아는 후배들이고, 형이 이런 거에 좀 민망하고 그래.

-아... 좀 그러시구나.

-응, 그러니 부탁인데... 다른 화장실 쓰면 안 될까, 명수야. 정말 형이 부탁한다.



이게 먹힐까. 말도 안 되는 이 핑계가 먹혀라. 제발, 김명수. 제발요. 구라를 치는 데에는 의외로 젬병인 성규가 눈 꾹 감고 속으로 염불을 외웠다. 세상의 누구든 상관없으니 간절한 어린양을 구하시라고, 이 소원을 좀 이뤄 달라고 빌었다. 명수는 그런 성규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성규 형이 식은땀 흘리는 것 좀 봐. 되게 급하시구나.... 멍청한 건지, 순진한 건지. 명수의 무지한 성실함은 빛을 발했다. 신이 김명수에게 몰빵한 것은 얼굴밖에 없음이 분명한 순간이었다.


-형, 제가 애들 데리고 다른 화장실 찾을게요. 얼른 들어가 보세요.

-어, 그래. 고맙다, 명수야. 형이 진짜 고마운 거 알지. 아... 잠깐만.



허겁지겁 돌아서는 어깨를 잡아다 명수에게 귓속말을 늘어놓던 성규는 명수의 오케이 사인을 받고 바로 문을 닫았다. 철문이 닫히는 쩌렁쩌렁한 소리가 울리자 혼자만 잠겼던 화장실 칸 안에서 쿠당탕! 덩달아 놀란 남우현의 소리가 났다. 문 밖의 아우성들이 점차 멀어지고, 깊게 참았던 성규의 숨이 뱉어진다. 스테이지 클리어. 말도 안 되게, 모든 고비를 넘겼다. 이거 실화일까. 십오 분도 채 안 됐던 모든 순간들이 세 시간 같았다가, 아득히 멀어졌다. 아직 성규도 현실감이 안 잡히는 중이었다. 널찍하고도 텅 빈 공간에 무섭게도 고요한 적막이 드리우니, 겁을 잔뜩 집어먹은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린다.


- ...형? 나 나가도 돼...?

-아니, 우현아. 잠시만.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던가. 비극에 가까웠던 모든 위기를 넘기고 나니, 그저 섹스에 재미를 더한 스릴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쯤이면 모두 알겠지만, 김성규도 보통 또라이 새끼는 아니었다. 어쨌든, 이제 둘에게 남은 건 희극이었다. 성규는 뒤에서 형...? 하는 우현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로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열어.


우현이 있던 칸이 열리자마자 토끼눈을 뜨고 있던 남우현과 마주한 김성규는 입술부터 부딪고 봤다.기다리는 내내 긴장해서 입술이라도 뜯었는지 통통한 입술이 거친 게 영 성규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입 안을 급하게 한번 훑고, 혀를 깊숙히 얽는다. 갑작스러운 제 움직임에 갈 곳 잃은 우현의 팔을 대충 목 언저리에 얹은 성규는 화장실 벽으로 우현을 밀었다. 곧고 반듯한 성규의 손가락이 우현의 머리칼을 가른다. 성규는 부드럽게 흩어지는 이 감촉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곧잘 페이스 맞춰 저를 잘 따르는 이 혀는 더. 중간에 끊긴 게 영 감질맛이 나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이번엔 성규도 꽤 쉽게 흥분했다. 형, 아니, 음... 으, 형. 대체 뭐, 어떻, 게, 됐는데.... 성규의 배려로 호흡을 끊어내는 사이마다 우현의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국대, 형이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 알아서 잘~ 했어. 이제 집중하자, 집중. 엉?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입술을 부딪혀 오는 성규를 보며, 우현은 어쩐지 그 날카로운 눈매에는 굴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 다시 처음으로. 아니, 그때보다는 더 뜨겁고, 약간은 거친 듯이. 확 줄어든 러닝 타임을 자각한 둘은 조금 더 빨리 움직여야 했고, 이런 부분에선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통했다. 성규가 우현의 젖은 머리칼을 쥐고 뒤로 젖혔고, 툭 튀어나온 아담스 애플에 이를 박았다. 우현은 저도 모르게 잘게 신음이 새는 것을 느끼며 성규의 어깨를 꾹 눌렀다. 자국은 남기지 말라는 무언의 신호였다. 크게 내키진 않지만 종목상 몸을 드러내는 일이 많은 우현이었고, 덕분에 성규가 할 수 있는 애무는 늘 절반에 그쳤다. 일단 성규가 흥분했다 하면 우현의 몸에 이를 박고 도통 놔 주질 않기 때문에, 한 박자 먼저 적당한 선에서 끊는 우현이었다. 흥분에 차 제 티셔츠 위를 방황하는 성규와 마찬가지로, 오늘은 우현도 더는 버티기가 힘들었다. 우현은 시야에 들어찬 빨간 성규의 귀를 입에 담았다. 뜨거운 숨을 삼키며, 질척이는 혀로 성규의 귀 전체를 뭉근히 쓸어올렸다. 우현의 머리칼을 쥔 성규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짜증 나는 아픔에 눈을 찡그린 우현이 성규의 귀 끝을 살짝 씹어내고는,



-형, 씨발. 진짜, 나 어떻게 좀 해 줘.


불이 붙었다.



장난 따위는 이성 뒤로 던져 버린 성규는 우현의 얼굴을 쥐고 깊게 입을 한번 더 맞추더니, 쪽 소리를 내며 가볍게 떨어졌다. 이내 우현의 몸을 돌려 엎드리게 하고서는 속옷까지 단숨에 내렸다. 우현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제가 편한 자세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는 성규가 귀엽기도 했다. 말 잘 듣는 개새끼는 저쪽이었네. 상으로 엉덩이를 줄까. 우현이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변기의 물탱크를 잡으니, 뜨거운 손이 허리를 쓸어올린다. 성규의 손이 우현의 등허리를 한번 훑고, 척추 끝 뼈에 살짝 입을 맞춘다. 이제 들어오려나 보다 생각한 우현의 다리가 잘게 떨릴 때, 날카로움과 함께 둔탁한 제 신음이 먼저 퍼졌다. 예상하지 못했던 아픔에 눈물을 매단 우현이 뒤를 돌아보니, 그새를 못 참고 우현의 옆구리에 잇자국을 내던 성규와 눈이 마주쳤다. 으레 갯과의 동물이 그렇듯 제가 문 자리를 혀로 쓸어올리더니 씩 웃는다. 저 인간이, 진짜. 우현이 뭐라 한 마디 하려는 찰나, 이번에도 말보다 신음이 먼저 샜다. 성규의 것이 우현의 허벅지를 갈랐다.




***



-으, 흐, 윽... 혀, 형, 아으, 응! 흑....


한참을 움직이는 내내, 제 것을 쥐고 흔드는 성규 덕에 우현은 하늘이고 땅이고 핑핑 도는 기분을 느꼈다. 정말 뒤에 박는 것도 아닌데 우현에게 와 닿는 성규의 모든 것들은 너무나도, 생생히 느껴졌다. 우현의 온 몸의 열이 잔뜩 모인 것만 같은 살덩이 사이는 데일 것처럼 뜨거웠다. 살이 쓸리는 아픔보다 쾌락이 앞섰다. 부풀고, 뜨겁고, 성규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것 없었지만 우현은 우현대로 급했다. 땀이 가득 배인 손은 자꾸 미끄러지는데 당장 뭐라도 제대로 쥐지 않으면 벽에 머리를 부딪힐 게 뻔했다. 흥분으로 달달 떨리는 다리는 버티기가 점점 벅찼다. 무섭게 제 허리를 꽉 쥐고 뒤에서 쿵쿵 박아오는 성규에게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우현을 더 흥분케 만들었다. 성규는 늘 우현을 구석까지 몰았다. 헉, 허억, 진한 농도를 머금은 성규의 신음이 대리석으로 둘러쌓인 공간을 울렸다. 모든 감각이 예민해진 우현은 허리 위로 뱉어지는 숨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찔끔, 눈물이 샌다. 우현은 반쯤은 나간 정신으로 여과 없이 신음을 뱉으며, 배 아래로 들어온 성규의 팔이 아니었다면 진작 무너지고 말았을 거라고 생각했다.어쩐지, 침대가 그립기도 한 오늘이었다.


-우으, 흐, 하... 응, 뜨겁다구, 형. 뜨, 거워, 읏, 아파, 흑, 아파....



스퍼트를 올리는 성규 덕에 우현은 허리를 더 바짝 세우고 엉덩이를 추켜올렸다. 차마 제 모습을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야한 것 같았다. 우현에게 닿는 성규의 몸이 그랬다. 이건 정말, 위험했다. 몸이 흔들리는 건지 뇌가 흔들리는 건지, 쿵쿵, 세상이 흔들리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더, 더 해 달라고, 그저 성규에게 매달리고만 싶었다. 흔들리는 대로 엉덩이를 바짝 붙여오는 우현에 성규는 이를 갈았다. 이 사랑스러운 몸은 허벅지도 잘 조이고 지랄일까. 씨발, 진짜. 성규는 우현의 것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기둥 전체를 매만지며 끝까지 빠르게 쳐올리자 , 아, 흑, 혀, 형, 읏... 아! 어느새 줄줄 눈물을 흘리던 우현이 한계에 다다랐는지, 허리를 떨다 눈을 꾹 감으며 사정했다. 우현의 이 사이로 새된 신음과 가쁜 숨이 샜다. 전초전부터 사정까지 긴장으로 가득한 섹스는 매우 만족스러웠지만,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프고, 뜨거운데, 좋아.... 초점 없는 시선의 우현이 몽롱한 정신으로 섹스의 여파를 즐기고 있을 때, 성규가 다시 한번 우현의 머리채를 잡더니 무릎을 꿇렸다.


-남우현, 눈 뜨지 마.



낮게 깔린 성규의 목소리는 위협적이기까지 했다. 툭, 툭, 무겁고도 가벼운 소리가 여러 번. 그게 무슨, 설마. 한 템포 느리게 굴러가는 머리로 성규의 경고를 무시한 채 눈을 뜬 우현은 다시 제 얼굴을 덮어오는 끈적한 액에 도로 감을 수밖에 없었다. 아... 얼굴에 싸는 거 진짜 싫다니까.... 제 얼굴을 덮은 것을 걷어내려 올라가는 우현의 손을 재빨리 잡아 제지한 성규가, 이내 손바닥을 펼쳐 우현의 얼굴을 쓸어보인다. 눈물과 침으로 범벅이 된 얼굴에 성규의 정액까지 부벼지니 엉망진창이 따로 없었다. 윽.... 비릿한 냄새가 코를 타고 올라온다. 불쾌한 신음을 뱉는 우현을 또 무시한 성규는,


-아, 내 핸드폰 어디 있지. 이거 찍어야 되는데.



야, 이 씨, 좆같은 소리, 진짜! 쩌렁쩌렁한 우현의 갈라진 목소리가 화장실 밖으로 샜다.





+)

성규의 가방에서 여분의 트레이닝 복을 빌려 입고먼저 화장실 밖으로 나온 우현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와... 이게 뭐야. 해결한다는 게 이런 거였어?


[고장!!  다른 곳을 이용하세요! >▽<]


남자의 글씨체라고 치기엔 유달리 유려하고 동글동글한 글씨가 담긴 종이는 화장실 앞에 크게 붙여져 있었다. 오히려... 시선을 끄는 쪽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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