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였나, 치기 어린 멋이 들어서 탈색을 한 적이 있다. 양아치하곤 거리가 멀었지만 싹수처럼 노란 머리통은 뻣뻣해서 꼬이기 십상이었는데,

지금 내 인생은 그것보다 멋들어지게 꼬여가고 있었다.



어둑한 밤보다 더 시꺼먼 차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그는 말이 없었다. 그가 모는 검은색 재규어만 가끔 으르렁거리는 엔진 소릴 냈는데, 머리가 점점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힐끔 눈을 돌려 티가 나지 않게 그를 뜯어보았다. 진한 갈색도, 연한 갈색도 아닌 오묘한 색의 머리칼과 딱 맞게 떨어지는 블랙 수트. 나와 같은 흰색 와이셔츠를 입었지만, 그의 옷에는 그의 것이 아닌 핏자국들이 가득했다. 목을 죄는 타이보다도 곧게 뻗은 손가락, 한쪽에 무겁게 자리한 메탈 시계, 얄쌍한 턱보다도 잘 빠진 콧대, 그리고... 파충류의 그것 같은 뾰족한 눈. 그는 꽤나 매력적인 축이었다. 물론, 우리가 이렇게 마주하지 않았었다면. 꼬리를 무는 생각들에 까마득해진 의식 속. 손을 꼭 맞잡고 보니,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떨리는 손을 자각하고 나니, 애써 유지하고 있던 포커페이스도 무너질 것 같아 더 세게 쥐었다. 


와, 나 지금 그거네. 완전 좆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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