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는 돌아서서 전보의 눈을 피하여 편지를 썼다.



[갑자기 떠나게 되었습니다.

찾아가서 말로써 오늘 제가 먼저 가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만, 대화란 항상 의외의 방향으로 나가 버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써 알리는 것입니다.


간단히 쓰겠습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제 자신이기 때문에, 적어도 제가 어렴풋이나마 사랑하고 있는 옛날의 저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옛날의 저를 오늘의 저로 끌어 놓기 위하여 있는 힘을 다할 작정입니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그리고 서울에서 준비가 되는 대로 소식 드리면, 당신은 무진을 떠나서 제게 와 주십시오.


우리는 아마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쓰고 나서 나는 그 편지를 읽어 봤다.

또 한번 읽어 봤다.


그리고 찢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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